Interview with 김민정 for 월간사진

Q: Villa of Mysteries의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으셨나요?

A: 부모님의 빈 묏자리에서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광주의 어느 공원묘지에 마련된 그 자리가 부모님의 삶의 한계를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인생이 현재 거주하고 계신 삶의 공간에서 빈 묏자리에 마련해두신 죽음의 공간으로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과정이라면, 또한 두 공간 사이의 거리가 삶과 죽음의 명확한 구분을 위한 증거라면, 두 극단의 장소를 병치시킴으로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Villa of the Mysteries’에서 행한 사진적 의식을 통해 부모님의 거실(居室)이라는 공간이 역설적으로 잠깐 거쳐가는 공간, 다시 말하면 죽음을 기다리는 사실(死室)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던져보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 성장 배경이 궁금합니다. 자신의 가정환경이 시리즈 혹은 자신의 작업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그다지 특별한 성장 배경을 겪지 않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가정에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한데 이 보편성이 다른 문화권의 시각에서 보면 특수성을 띕니다. 가장 중요한 다른 점은 동양의 부모는 자식을 남이 아닌 나의 일부로 생각하고 자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부모의 죽음이 자식에게 주는 의미 또한 다르리라 믿습니다. 남의 죽음이 아닌 내 일부의 죽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Q: 부모님께 자신의 작품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드렸을 때 반응은 어떠셨나요? 부모님께 작업 의도에 대해 어떻게 설명을 드렸는지도 궁금합니다.

A: 부모님은 제 작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작업에 참여하시는 이유도 단순히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시기 위함일 겁니다. 이 불가피한 단절은 부모님을 이미지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도록 유도했습니다. 내 눈앞에 펼쳐진 부모님의 형상은 2차원적 이미지에 불과하며 그 단단한 벽 뒤로 나의 흔적이 남아있는 부모님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제 사진 작업은 이 벽을 넘어보려는 과정의 결과물입니다.

Q: 부모님들의 동작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모습이 작가님의 연출에 의한 것인가요?

A: 부모님의 취하고 계신 몸짓에서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나려는 듯한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부모님 본인들의 이미지에 대한 부정의 의미가 있습니다. 삶은 거실이라는 이미지로, 죽음은 빈 묏자리란 이미지로 대변되듯이 삶과 죽음의 이분법이 시각적 증거들에 의해 성립된다면 부모님의 존재를 증명해줄 단서는 부모님의 얼굴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에서 보이는 일련의 의식적인 행위들을 통해 볼 수 있는 본인의 얼굴에 대한 외면은 이미지의 질서에 대한 거부이자 삶의 유한성에 도전입니다.

Q: 촬영의 배경이 된 거실은 실제 생활공간 그대로의 모습인가요? 아니면 물건들을 재배치 시키셨나요? 재배치 시켰다면 어떠한 의도로 기획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거실은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 안에서 가장 공적인 영역인 만큼 모든 요소들이 조심스럽고 전략적으로 배치됐다는 점에서 무대와 흡사합니다. 이미 관객을 위해 준비된 무대를 재배치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단지 사진적 의식을 위한 충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카펫 위에 있던 두 개의 의자와 테이블을 무대 밖으로 옮겼습니다. 나머지 요소들은 최대한 있는 그대로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개중에 제 의도가 개입된 요소라면 블라인드의 내림 정도였습니다. 완전히 가리지도 열지도 않은 상태의 블라인드를 통해서 창밖에 보이는 서울의 현실적인 풍경과 거실 내부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의식 사이에서 작은 충돌을 일어나게 끔 유도했습니다. 거실에게 완전한 검은방(camera obscura)의 지위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Q: 거실에 배치된 거울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거울은 온전히 은유적인 의도로 배치했습니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이차적인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도구로서 부모님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배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부모님의 모습이 반사된 두 거울이 마치 포위하듯 부모님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통해 무대 위의 갈등을 일으키는 Protagonist와 Antagonist 둘 다 부모님의 이미지임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Q: 작가님께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사람이 태어나고, 성인이되어 가정을 꾸리고, 자녀을 낳고, 나이가 들어서 죽게되는 과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삶의 순환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를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왜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많은 기억들을 만들어 나누고 헤어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죽음은 커다란 미스테리입니다.

Q: 본인의 작업시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A: 작업에서의 어려움이라면, 사진은 보여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항상 얼마나 보여줘야 적당한지를 고민합니다. 너무 많이 보여주면 관객이 할 일이 없어지고, 너무 적게 보여주면 관객이 작품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방황하게 됩니다. 의식의 지성에 의존하다 보면 전자를, 무의식의 감성에 의존하다보면 후자의 결과를 낳곤 합니다. 둘 사이의 적당한 균형을 찾는 과정이 예술작업의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Q: 다음 작품으로 생각하고 계신 시리즈의 주제를 살짝 공개한다면?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모델로 작업을 이어가실 건지도 궁금합니다.

A: ‘Three Faces, Two Places, One Device’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완성했습니다. Three Faces는 부모님과 나의 얼굴, Two Places는 빈 묏자리와 거실 그리고 One Device는 사진기를 의미합니다. 부모님이 등장하시긴 하지만 오직 사진의 모습으로만 나옵니다. 기존에 해오던 Tableau 스타일이 아닌 Still Life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6월에 런던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