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ce / Art Space Boan, Seoul, KR / 2019 May

Slice (2019)

On 8th February 2015, I photographed mundane afternoon with my wife and son. The image flies were stored securely on my hard drive. This should have given me the option to revisit these moments whenever I wanted. However, the files have been permanently deleted by my mistake. The data could not be restored; and the memories have been fragmented into disorderly bits. As with the vivid images of dreams that fade away once one has woken up, the reproducibility of the images has vanished.

In this catastrophe of images, I find the past and present have been disconnected, and the photographer and photographed separated. Once the authority of the original collapsed, the frozen past disappeared into thin air; I, my wife and my son, restrained by their resemblance, have now been split apart. The damaged reproducibility of the broken image flies emancipates me from the fear that I might be repeated in my son.

The successive series of sequential images reveal my impotence upon disappearing images and forfeit the inherent instantaneity of photographic images. The damaged files are printed untouched as they are.

2015년 2월 8일, 아내와 아들의 평범한 일상을 사진에 담았다. 언제든지 뚜렷해질 수 있는 잔상으로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한 그날의 기억은 내 실수로 영원히 지워졌다. 데이터는 복구할 수 없었고 기억의 단편은 비트의 파편이 되어 어지럽게 조각나고 해체되었다. 마치 꿈속의 선명한 장면들이 잠에서 깨어나면 헤아릴 수 없는 공중으로 분해되어 버리듯 그날 촬영한 사진의 복제성은 소멸했다.

이러한 이미지의 재앙은 과거와 현재의 통로를 단절시켰고, 그날의 나와 그들 사이 또한 분리시켰다. 마치 고정된 과거의 이미지가 이를 지탱하던 원본의 권위와 함께 무너져 내리듯 서로에게 닮음으로 구속되어 있던 나와 아내와 아들은 서로에게서 해방되었다. 망가진 이미지의 고장난 복제성은 아들에게서 내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한다.

연속된 이미지의 순차적 배열은 사라져가는 기억의 순간을 마주한 나의 무기력함을 조명하며 고정된 사진 이미지의 순간성을 철회한다. 복구 불가 판정을 받은 망가진 이미지 파일은 보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인화되었다.